인간과 자연 그 사이의 영웅 아시타카, 지브리의 원령 공주 모모노케 히메를 보고

 학창 시절, 원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 본 그 친구는 '원령공주' 할 때 그 원령이 자신의 이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매우 아쉽다. 정말 좋은 이름이라고 한마디 칭찬을 했으면 서로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당시 나는 원령공주를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냥 그렇구나 하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있다.

 

아쉬움

 

 

 오히려 이런 아쉬움 때문인지, 계속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영화를 보게 되었다. 만약에 추억이 없었다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고, 좋은 만화 영화 한 편을 놓쳤을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보니 엄청난 명작이라는 평을 받는 영화였다. 

 

 

 

모노노키 히메 포스터

 

 

모노노케 히메를 보기 전 주의할 점

 

 정말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영화만 봤다.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만화 영화들을 매우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많이 어른스러운 내용이었다. 심지어 주인공이 무사들에게 화살을 쏘면 고스란히 팔이 잘리고, 목이 날아갔다. 물론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 수준이었다. 성인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미성년자와 본다면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만화 영화이지만 재미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짱구 같은 만화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살짝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볼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모노노케 히메 간략한 줄거리

 

 에미시 일족을 습격한 재앙신을 막다가 저주를 받은 주인공 아시타카. 저주를 풀기 위해서 길을 나선다. 알고 보니 재앙신은 인간의 개발로 인한 토착신의 타락이었다. 하지만 인간들도 살기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숲을 파괴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아시타카

 

 

 그 와중에 오직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세력이 등장한다. 가장 높은 신인 사슴신의 머리를 가져가기 위한 제3의 세력이다. 그 세력은 인간을 분열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사슴신의 머리까지 노린다. 아시타카는 인간과 자연의 힘을 합쳐서 그들을 막고 저주에서 벗어난다.

 

 

 

보면서 좋았던 느낀 점

 

 

 

아름다운 그림체

 

이웃집 토토로 장면

 

개인적으로 지브리 하면 '이웃집 토토로' 그림체가 생각난다. 원령공주 모모노케 히메도 '이웃집 토토로' 같이 정감 가는 아름다운 그림체이다. 자연, 동물, 사람들 모두 공을 들여서 그린 것이 보일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줄거리로는 다 설명하지 못할 깊이 있는 스토리

 

이야기가 아주 섬세하다. 단순히 줄거리만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복잡한 표현과 관계가 작품 곳곳에 녹아져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스로 생각하게 되고, 이 또한 영화를 즐기는 과정이었다.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들의 감정

 

각자의 입장들이 뒤섞여 있으면서 각자의 감정과 상황들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정말 있었던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

 

지브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등장한 배경음악처럼 아름다운 주인공 같이 돋보이는 음악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마다 적절하게 어울리는 음악들이 감정과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 음악이 있어서 영화가 완전히 채워진 듯하다.

 

 

 

영화를 본 후

 

 제목은 원령공주, 모모노케 히메이지만 사실 주인공 아시타카에게 무게가 많이 쏠려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미야자키 하야오도 원래 제목을 아시타카 전기로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리 모노노케 히메로 홍보를 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모노노케 히메로 했다고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제목이 제작자 의도와 다르게 지어진 것 아닌가? 아무래도 루머가 아니라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